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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tz for Ophelia"는 세 달이 넘게 나를 괴롭혔다.

  • 작성자 사진: Hakdo
    Hakdo
  • 7월 4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11일

이번 발매에서는 최초로 내가 직접 그린 앨범아트를 공개하였다.
이번 발매에서는 최초로 내가 직접 그린 앨범아트를 공개하였다.

작곡 배경

오늘부로 "Waltz for Ophelia" 음원이 전세계에 발매되었다.


G minor로 시작하는 단조 곡이며 지금까지 작곡하여 발표한 곡들 중 가장 격정적이고 음이 많은 듯하다.


나는 언제나 곡을 쓸 때 리스너의 감흥을 우선으로 고려한다.


나의 감정을 표출하고 창작욕을 해소하는 것이 창작의 근본적인 동기이기는 하겠지만,


나만 좋아하고 사람들은 들어주지 않는 음악을 힘겹게 창작하는 것의 의미를 나는 아직은 찾지 못했고,


작곡을 업으로 해보려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은 더 풍족하고 안정적인 수입 흐름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나는 리스너가 느낄 감흥에 내 악상의 초점을 맞춘다. (물론 가끔은 순전히 내 취향에 맞춘 곡을 써서 발매하기도 한다. "Kamyu's Spell"이 그러한 경우)


이번 미디 프로그램에 기록된 음들
이번 미디 프로그램에 기록된 음들


"Waltz for Ophelia" 또한 철저히 이러한 방향성 속에서 쓰여졌다.


사실은 지난 3월에 곡을 써서 녹음까지 마친 음원이 있었는데, 막상 완성하고 나니 전체적인 형식미나 음악적 개연성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꽤 큰 자괴감에 빠진 채 그 음원을 완전히 폐기했었고,


그 폐기된 곡의 멜로디를 빌려와 모티브로 활용하여 발전시켜서 "Waltz for Ophelia"라는 새로운 곡을 쓴 것이었다.


특히 이 시기에 쇼팽의 스케르초들에 빠져 있었고, 그 중에서도 스케르초 3번의 그 격렬한 코다에 매료되어 있었던 터라, 마침 이번에 그러한 감흥을 비슷하게라도 줄 수 있는 곡을 써보고자 하였다.


직전의 뼈아픈 실패를 통해서 어떻게 매력적으로 음악을 전개시켜야 하는가에 대해서 조금은 배우게 된 바가 있었고, 악상 또한 이전 멜로디를 발전시켜나간 것이기 때문에 곡 자체를 "쓰는" 데에는 아주 아주 큰 고통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곡을 다 쓰고 녹음까지 마친 이후였다.


잡음과의 60일간의 전쟁

녹음을 마치고 나면 발매할 정도의 최소한의 오디오 품질 수준을 갖추기 위해 모니터링 및 믹스, 마스터링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나는 여기서 이번에 두손 두발을 다 들게 되었다.

이미지 클릭하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저에게 영감을 준 음반을 유튜브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 클릭하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저에게 영감을 준 음반을 유튜브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녹음할 당시 호로비츠의 연주들(특히 쇼팽 에튀드 op.10: no.4)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은 상태였고, 그 특유의 거칠고 다소 공격적인 터치와 음향을 나 또한 표현해보고 싶어서, 평소보다 조금 더 리얼하고 어쿠스틱하며 정제되지 않은 음색의 가상악기(Addictive Keys)를 사용하여 녹음하였는데, 이 가상악기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상당히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음색이어서 소리의 질감은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수많은 자연적 잡음이 잉태되었다.


리얼하고 야성적인 타건음과 배음 등 가상악기에서 나오는 모든 거친 소리들이 서로 섞이며 녹음 순간 당시에는 잘 들리지도 않고 예상할 수도 없었던 정말 다양한 잡음이 음원에 남게 되었다.


이전 발매건에서 잡음으로 한번 고생하고 나서 잡음에 너무 집착하게 된 나는 음원을 정말 0.X초 단위로 모니터링하며 잡음을 잡아내고 없애고자 노력하였다.


타건음 자체에 잡음이 껴서 귀가 불편한 경우도 있었고, 타건음의 소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오른손의 특정 음 배음과 왼손의 특정 음 배음이 서로 맞물리며 요상한 잡음을 낳는 경우도 있었으며 후자의 경우는 동시에 연주되는 음들 각각의 벨로시티, 지속시간, 타이밍에 따라 수천가지의 경우의 수가 존재했다.

같은 악기를 섬세하게 설정을 조정하여 여러 버전으로 나누어 사용하였다.
같은 악기를 섬세하게 설정을 조정하여 여러 버전으로 나누어 사용하였다.

나는 배음끼리 낳는 잡음들을 해결하기 위해 벨로시티를 매우 미세하게 변화시켜 보기도 하고, 음의 타이밍을 앞 뒤로 미세하게 조정해보기도 하였으며, 그 특정 음만 리버브를 꺼보기도 하고, 줄여보기도 하고, 오히려 늘려보기도 하였고, 그 특정 음에만 특수한 EQ를 적용해보기도 하고, 원래는 길게 지속되어야 할 음이지만 배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지속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서 타건 소리만이라도 내는 정도로 타협해보기도 하였으며, 다른 피아노 가상악기 소리로 그 음만 대체해보기도 하고, 반반 섞어보기도 하고, 그 음을 아예 지워보기도 하고, 또는 바로 주변의 문제없는 음들까지 변화시켜보기도 하였고, 그 음에만 Pedal noise를 꺼보기도 하고, 오히려 최대로 올려보기도 하고, 아예 그 음만 마이킹을 바꿔보는 등 수백 가지의 경우를 테스트하며 잡음들과 정말 혈투를 하였다.


심지어 이 난리를 쳐도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안 사라지는 잡음들도 있었는데, 결국 이 경우에는 내성에 추가적인 음들을 넣고 그 음들의 벨로시티를 의도적으로 높여서 이전의 잡음들을 묻히게 하는 식으로 작업하였다. ("Waltz for Ophelia"의 01:12~01:15 부분인데 오른손 멜로디가 갑자기 왼손의 내성 멜로디가 치고 나오며 묻히는 걸 들을 수 있다. 멜로디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최대한 내성의 탑노트를 강조하여 마치 다시 등장한 주제 멜로디에 색다른 보이싱을 한 것처럼 들리게 해보려고 하였다. 실은 잡음을 없애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그래 뭐 이렇게 끈질기게 연구 정신을 갖고 많은 경우를 테스트하며 최대한 좋은 음원을 만들고자 한 부분은 괜찮다고 치자.


문제는 이 짓을 두 달 동안 했다는 것이다.

3분짜리 곡 1개 작업을 위해 3달을 넘게 소모했다. 이거 하느라 2025년 2분기가 아예 날라감.
3분짜리 곡 1개 작업을 위해 3달을 넘게 소모했다. 이거 하느라 2025년 2분기가 아예 날라감.

녹음을 4월에 완료하였고 5월부터 본격적인 믹싱 마스터링 및 잡음 제거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하루종일 온 신경을 곤두세워서 곡 전반에 걸쳐 나오는 잡음들을 다 해결하고 나서, 잠을 자고 다음날 다시 일어나서 들어보면 또 새로운 수십개의 지점들에서 새로운 잡음들이 들리게 되는 것이었다.

난 솔직히 진짜 뭐 며칠, 또는 길어봐야 1주일 정도 이렇게 힘들게 하면 잡음이 다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해보니 그냥 내가 오늘 얼마나 잡음을 많이 지우든 다음날이 되면 또 다른 곳에서 미처 전에는 듣지 못했던 잡음이 추가로 들리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이 굴레에 빠져서 장장 두 달을 허비하게 되었다. 악상을 떠올리고 음악을 작곡하는 창의적인 일들은 모두 올스탑되었으며 하루종일 헤드폰을 끼고 새로운 잡음을 찾아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었고 발견한 잡음을 어떻게 고칠지 하루종일 진이 빠지게 테스트해보기를 두 달을 지속했다.


진짜 너무 힘들었고 한 달 정도 됐을 때 이미 거의 번 아웃이 와서 이건 뭐 하루종일 몇 주동안 3분짜리 같은 음원만 반복해서 수천번씩 듣고 있으니 정신병이 걸리는 것만 같았다.

매일같이 새로운 잡음을 찾기 위해 0.x초 단위로 같은 음원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작업은 마치 집 곳곳에 숨어있는 바퀴벌레를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뒤지거나 편의점 진열대 밑에 숨어있는 쥐새끼들을 찾아내기 위해 엎드린 채 바닥을 기며 진열대 밑을 샅샅이 뒤지는 것처럼(실제로 20대 초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험한 일) 매우 불쾌하고 끔찍한 일이었다.


음원 속 잡음은 정말로 바퀴벌레나 쥐와 같아서 매우 불결하고 사람 신경을 예민해지게 하지만 막상 잡아 죽이려고 하면 요리조리 잘도 피해다닌다. 두 달동안 과장을 전혀 보태지 않고 수 천개의 잡음을 이 음원에서 제거하거나 가려낸 것 같다.


아마 내일 들으면 또 새로운 잡음이 들릴 수도 있다. 근데 여기까지만 하련다. 그래도 이미 내 귀에 거슬렸던 수 천개 잡음을 없앤 것이니 어느정도는 듣기에 편안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일꺼고 또 다시 잡음 제거의 굴레에 빠졌다가는 올 해가 다 갈 것 같다.



왜 "Waltz for Ophelia"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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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곡에 이름을 붙일 때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곡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면서 곡을 조금 더 특별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네이밍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현대에서 연주를 위한 작품의 곡명은 곡의 포장지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곡을 멋지게 포장하기 위한 수단이자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고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꽤나 절망적인 곡조에 맞춰서 비극적인 운명의 인물을 위한 왈츠라고 이름 붙이고 싶었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Ophelia(오필리어)"가 떠올랐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순수하지만 결국 광기와 죽음(익사)으로 이어지는 비극적 운명을 지닌 여성이다.



직접 그린 앨범아트

이번에는 나로서는 처음으로 발매곡의 앨범아트를 직접 내 손으로 그렸다. 아이패드의 ArtSet4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였으며 어둡고 혼란스러운 붓터치의 유화를 그려내고자 노력하였다. 사진 속 인물은 당연하게도 Ophelia이며 물에 빠져 이미 익사한 상태인 Ophelia의 흉측한 시체의 안면부를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통해서 그녀의 운명의 비극성을 드러내어 곡 감상에 보조가 되도록 하였다.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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