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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여정의 시작을 열어준 내 첫 장비야, 안녕 고마웠어

  • 작성자 사진: Hakdo
    Hakdo
  • 7월 6일
  • 2분 분량
Focusrite Scarlett 2i2 3rd Gen.
Focusrite Scarlett 2i2 3rd Gen.

24년 어느 봄 날, 본격적으로 이전보다 더 진지한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인생 처음 구매한 오디오 인터페이스 장비이다. 원활한 모니터링과 녹음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비인데, 이때만 해도 솔직히 본질적인 역할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고 그냥 있긴 해야 된다고 해서 샀던 것 같다.


사실 작곡 음원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었어서 선뜻 높은 등급의 비싼 장비를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나마 이 모델이 입문용 가성비 오디오 인터페이스라고 하길래, 심지어 새 제품도 아니고, 중고 거래를 통해서 16만원에 구매했다.

ATH-M50x
ATH-M50x

여기에 헤드폰까지 입문용 가성비라고 여겨지는 ATH-M50X를 중고로 12만원에 구매하여, 입문용 가성비 세트를 완성하였다 ㅋㅋㅋ


그래서 사실 곡 작업에 필요한 장비 구매에 지출한 비용이 30만원이 채 되지 않았고, 언제든 이 길을 포기해도 타격이 없을만큼, 최소한의 투자를 나로써는 했던 것 같다.



Focusrite Scarlett 2i2 3rd Gen. + ATH-M50x
Focusrite Scarlett 2i2 3rd Gen. + ATH-M50x

그런데 이제는 나의 음악 여정의 시작을 함께해준 이 애틋한 두 장비를 떠나보내려고 한다. 사실 성능이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여기서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출력과 해상도로 모니터링 환경을 향상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비 업그레이드를 결심했고 이미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헤드폰까지 새로운 모델로 구매 및 설치를 완료했다.


그러고 나서, 위 사진에서처럼 이제는 쓰지 않게 된 나의 첫 장비들을 정리하여 선반에 보관하고 나니, 갑작스레 괜히 아쉽고 애틋한 마음이 뭉글뭉글 피어난다.


이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헤드폰에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열정의 심지에 불을 붙이면서도, 그 불을 단번에 꺼트릴 수도 있는, 앞으로 다가올 예측 불가한 수많은 난관들이 있을 것을 걱정하며 조금은 위축되어 있기도 한, 한 젊은 작곡가의 불안했던 마음이 담겨 있으며, 실제로 지난 1년 간 셀 수 없이 많은, 온전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부딪히며 느꼈던, 마음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 무력감,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든 통제하고자 고집부리며 집착증적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그 미칠 듯한 정신적 괴로움과 히스테리의 순간들이 모두 포착되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 무의식적 몰입에 빠진 채 스스로 떠올려낸 아름다운 악상을, 내가 원했던 바로 그 늬앙스와 터치로 비로소 연주하고 있을 때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극도로 강렬한 쾌락과 예술적 희열에 압도되어 격양되어 있는, 나의 뜨거운 예술혼 또한 깃들어있다.


이렇게나 밀도 높은 지난 1년간의 여정이었다보니, 그 여정의 유일한 동반자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는 것이 이토록 아쉽고 서운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지도. 아마 당분간은 언제든 눈에 띌 수 있도록, 내 방 선반 윗칸에 보관해 둘 것 같다.


그 동안 고생했고, Hakdo의 시작을 함께해줘서 고마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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