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재즈 발라드를 작곡하다
- 작곡하는 경영학도 Hakdo
- 5시간 전
- 2분 분량
갓 성인이 됐던 2017년 5월의 어느 날 밤,
집 근처 야외 벤치에 앉아 빌 에반스의 "My Foolish Heart"를 들으며
30분동안 소주 네 병을 목구멍 속으로 때려 부었다.
실연의 괴로움으로 인한 몸부림이었다. 매우 극단적인 폭음으로 신체와 정신을 완전히 마비시킨 채,
그 당시 가장 사랑했던 음악을 귀에 푹 꽂은 이어폰을 통해서 내 안으로
가득 주입시켜서, 실연의 정신적인 통증을 완전히 덮어버릴 만큼의,
강렬한 쾌락에 내 전신을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기 위함이었다.
뇌에 대한 알코올의 작용이 폭발함과 동시에 빌 에반스의 가슴을 찢어발기는 듯한
특유의 고독한 서정성이 주는 예술적 희열이 거대한 아나콘다처럼 나를 숨 막히게 휘감았고
극한의 음악적 오르가즘을 경험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절했고
경찰관의 전화를 받은 가족들에게 업혀서 집으로 무사히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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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술을 마시고 취기가 오를 때면 줄곧 빌 에반스를 듣는다.
클래식 음악을 제일 사랑하지만, 이상하게 술에 취하면 클래식보다는 재즈, 정확히 말하면 빌 에반스가 자꾸 생각난다.
빌 에반스만이 자아내는 그 서정적인 보이싱과 텐션들, '역사상 가장 긴 자살'을 택했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고독하고 참담했던 그의 일생을 반영하는 듯한 멜랑꼴리하고 서글픈 음악적 정서들은 그의 음악을 듣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각자의 심연의 아픔을 들추어 보게 하며, 더 나아가서 그가 선사하는 축복과도 같은 예술적 감흥으로써 그 아픔들을 치유해준다.
특히 그의 재즈 발라드들을 들을 때마다 그의 음악과 더 깊은 사랑에 빠져갔고, 나도 그가 쓴 것과 같은 재즈 발라드곡을 써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항상 있었다.
그동안 클래식한 곡들만 써왔던 나는 최근에서야 재즈 음악을 배워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올해 2월경부터 정말 좋은 선생님(@haning__i)을 만나 재즈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재즈를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곡은 빌 에반스의 "Like Someone in Love"였다.
미치도록 애틋하고 아름다운 화성들이 빌 에반스 특유의 감성적인 보이싱으로 펼쳐져가는 것을 듣고있노라면 심장이 터질듯한 강렬한 두근거림과 환희를 느꼈다.
'대체 이건 무슨 소리지... 대체 이건 무슨 화성이야...'
평소에 듣던 클래식 음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이 곡만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재즈 화성들에 매료된 나는 유튜브를 통해서 해당 곡의 transcription을 곧바로 찾아보았다.
'난생 처음 들어본 이 아름다운 화성의 비밀을 곧 알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몹시 들떴었다.
그러나 악보를 확인해본 나는 금세 좌절에 휩싸였다.
내가 알고 있는 클래식 화성학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 화성들의 비밀을 파헤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서로 불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음들이 한 화음에서 공존하는데,
그 음들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화성은 이 세상 어떠한 소리보다도 아름다웠다.
몇 달 간 재즈 화성학을 공부해본 지금의 나는 이제는 그것들이 재즈 음악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텐션음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6년 2월부터 재즈 공부를 처음으로 시작하였고, 재즈 피아노 선생님의 좋은 가르침 덕분에 3개월 뒤인 26년 5월에 나만의 재즈 발라드 스타일의 곡을 써보게 되었다.
녹음된 결과물 자체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악상적으로는 그동안 전혀 작곡에 사용할 수 없었던 텐션 가득한 화성들을 가득 넣은 곡을 처음으로 써보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나의 첫 재즈 자작곡이 많은 사랑을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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